[스크랩] 화마와 싸우는 소방관들의 투혼현장
길을 가다 소방차 사이렌 소리가 나면 '혹시, 우리집이...' 하며 집으로 전화를 걸어 본 기억이 있습니까?
화재의 무서움을 꼬맹이시절 부터 귀에 딱지 앉도록 교육받아 온 까닭에, 불자동차(어릴적엔 소방차를 이렇게 부르기도 했었죠)만 지나가면 마음이 편치않아
집으로 확인전화를 걸어보곤 그제서야 마음을 놓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 만큼 화재는 힘들게 쌓아올린 우리의 모든 것을 한 순간에 앗아가 버리고 재만 남기는, 인생에 있어 참으로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일이죠.
23일 오후 시내에서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황급히 사이렌을 울리며 지나가는 소방차들을 보고 급히 방향을 돌려 소방차와 함께 화재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긴급한 화재진압임을 직감하고 '위치가 어딜까?'하며 소방차의 뒤를 따르며 현장으로 달려갔는데,
아뿔사! 화재는 창원의 도심계획 정비로 하여 철거지역으로 고시되어 있는 가음정 본동이란 곳이었습니다.
화재란 것이 장소와 빈부를 가리지 않는 것이긴 하지만 '이번 화재는 생겨나지 않아야 할 곳에 발생한 화재이구나'란 생각이 먼저 들더군요.
화재가 발생한 가음정 본동이란 곳이 그 동안 화재가 무려 15번 이상 발생한 지역으로 지금 철거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지역입니다.
그동안 철거문제로 그 곳에 거주하던 주민들과 창원시 간에 여러차례 충돌이 일어났었고, 화재 또한 빈번히 발생하여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던 지역입니다.
그런 와중에 이날 또한번 화재가 발생한 것 입니다.
철거지역에 여지껏 남아있던 주민들은 이번 화재에 뭔가 모종의 음모가 있지 않느냐는 의심으로, 화재를 진압하고 있던 소방관들과 경찰에게
신속한 화재진압을 하지 않는다고 계속 항의를 하더군요.
하지만 제가 본 소방대원들은 생명을 위협하는 불과 연기속에서도 불길이 더 이상 번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주민들의 원성속에서도 소방대원들은 산소마스크를 착용한 채 불길의 가장 근접한 곳에서 진압호스를 조준하며 불길을 잡기위해 안간힙을 쓰더군요.
물론 불이 난 집의 주인은 화재 진압을 빨리하지 않고 불길이 번지는 것만을 막고 있다고 소리를 높였지만, 화재가 난 곳이 바로 뒷편에 대나무밭을 두고 있었고
불길의 기세가 담을 넘어 옆집으로 옮아가려는 것 처럼 느껴졌기에 소방대원들의 판단이 올바르게 보였습니다.
화재진압을 하는 대원들 옆에서 약 30여분을 동행취재하면서 그들의 땀이 베인 화재진압현장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불길보다 무서운 연기를 맡아가며 산소마스크를 착용한 채, 더 이상 화재가 옮겨가지 않도록 물과 도끼등의 장비로서 화재를 진압하는 모습은
왠만큼 정신무장이 되어있지 않으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화재현장에 도착하였을 때에는 혹시 산불이 아닌가 하였습니다.
하지만 가까이 가서 보니 가정집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뒷산으로 불이 옮겨붙을려고 하고 있더군요.
불이난 가정집 바로 뒤가 산이었고 대나무가 불에 타면서 폭약을 터뜨리는 듯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대나무는 불이 잘 붙지 않지만 한번 불붙으면 타는 기세가 상당하다고 옆에 모여있던 주민들이 걱정을 하며 발을 동동 굴리는 모습이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불이난 현장 주변은 창원시의 도심재개발로 인해 철거가 시작되었으나 일부 주민들은 창원시에서 지급하는 보상비와 이주대책에 대해 동의하지 않고
아직 그 곳에서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주민들은 화재신고를 하였는데도 소방차가 늦게 출동하였고 화재현장은 내버려두고 이웃집과 산에 불이 옮겨 붙지않도록 신경을 쓴다면서
몸으로 거세게 항의도 하더군요.
화재현장으로 진입하는 골목길이 비좁아 소방차가 골목 담벼락에 아슬아슬하게 붙어있는 모습도 보였다
화재는 소방대원들의 신속한 진압작전으로 30여분만에 꺼졌지만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한 집과 세간살이를 앞에 두고 집주인은 망연자실해 땅바닥에 앉아
일어날줄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화재진압중에 그 집주인으로 보이던 아주머니는 쌀이라도 가져와야겠다며 불이 난 집으로 들어가려 했었고, 현장에 있던 주민과 경찰들이 부상을 우려해
겨우 아주머니를 말려서 진정시켰었는데, 화재 후의 현장을 바라보며 넋을 뺏긴듯 앉아 있는 모습에 너무나 가슴이 아팠습니다.
이날의 화재진압 현장을 지켜보며, 뜨거운 불기둥과 매케한 연기와 싸우면서 위험을 무릅쓰고 화재현장에 들어가 화재진압을 해내는 소방대원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프로정신을 배우는 시간이었던 동시에, 화재로 인해 순식간에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교훈도 다시금 느꼈습니다.
겨울로 접어든 요즘이 화재가 많이 일어날 수 있는 시기라고 합니다.
건조한 날씨와 찬 기온으로 불과 가까이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는 계절에 여러분의 주위도 화재에 취약한 곳이 없나 한번쯤 살펴보시는 것도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필요할 듯 합니다.